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.
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은혜의 절기입니다. 사순절은 40일간을 의미합니다. ‘재의 수요일(Ash Wednesday)’부터 시작되어 부활절 전까지 46일인데, 6번의 주일은 작은 부활절로 이해하여 제외하면 40일이 됩니다.
사실 우리는 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 은혜로 살아갑니다. 하지만 나무에 마디가 새로운 생장을 위한 응축이듯이 신앙의 절기도 잠시 멈추어 내 안에 은혜를 다지는 시간입니다. 사순절은 특히 십자가의 고난과 그 의미에 집중하는 절기입니다.
십자가 위에서 주님은 고통 가운데 아버지와 대화하십니다. ‘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? 저들의 죄를 용서하소서.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.’ 자신의 고통의 의미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찾으십니다. 영원의 관점에서 현재의 삶의 의미를 붙드는 것이 신앙의 길임을 십자가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.
십자가 위에서 주님은 사람들과 대화하십니다. ‘보라 네 어머니라.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.’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남겨진 어머니를 배려하십니다. 절망 가운데 죽어가는 한편 강도를 구원하십니다. 부활 생명으로 현재의 고난을 이길 수 있다고 십자가는 숨죽여 말하고 있습니다.
내 삶의 고통을 영원의 관점에서 조명하고, 오늘의 절망을 천국의 소망으로 이기게 하는 것이 십자가의 의미입니다. 능력입니다. 말씀과 기도로 주님의 고난에 깊이 잠기셔서 그 은혜의 샘에서 고통의 의미와 소망을 길어 올리는 사순절이 되시길 기도합니다!
십자가 밑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...